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코스타리카로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서였다. 코스타리카에서 쓰는 인삿말 중에 “프라 비다(pura vida)!”, 즐거운 삶!이라는 말이 있다. “코모에스타”는 안녕하세요라는 일반적인 말이지만, 프라 비다는 삶을 즐기자라는 의미로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프라 비다!”라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며 좋아한다. 도무지 바쁜 것이 없어 게으른 것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여유로운 것이라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인데 그 중 1/4이 국립공원으로 조성되고 나머지의 반이 산악밀림지대이고 그 나머지 땅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햇빛이 좋고 비가 적당히 내려서인지 울창한 밀림에 6500여종의 식물과 950여종의 조류 외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들, 셀 수 없는 곤충들, 수백종의 난에서 피는 꽃들은 열대의 화려한 색감과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조류학자, 식물학자, 사진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함께 사파리를 떠나기도 하고 온천욕을 즐기기도 하고, 일정이 끝나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코스타리카의 수도는 산호제이고 중간에 형성된 산맥을 통해 리몽이란 도시를 통해 대서양으로, 하꼬라는 도시를 통해 태평양으로 갈수 있지만 일행은 밀림 사파리를 마친 후 강을 타고 내려와 강의 끝에서 태평양을 만났다. 마침 수면으로 지는 태양으로 인한 윤슬이 바다를 향한 강 끝자락에 펼쳐졌다. 은빛 비늘처럼 반사되는 강 끝에서 방향을 틀어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밀림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배의 엔진 소리가 꺼지고 숨소리조차 잠재운 고요 속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들은 분주함과 소란함에서 떠나 잊고 살았던 나를 대면하는 시간을 마주하였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그곳에 자유가 있었고 그리움이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충만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펄럭이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은 신선한 바람과 낮은 하늘로 다가왔다. 숨마저 멈춰버린 맹그로브 숲에선 만져지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하늘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얼마 후 별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하늘가로 보랏빛 노을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풍경 속에서 힘든 그대 이름을 부르고 있다. 어서 일어나라고. (시인, 화가) *맹그로브 숲의 고요 물이 찰랑임을 멈출 때, 숨도 멈추고 말아 / 물은 물을 잠재우고, 나는 나에게 저무는 고요 / 다리 긴 도요새는 정물처럼 숲 가운데 숨었다 / 맹그로브 뿌리에 물고기가 산란하고 / 산소를 뿜어내는 뿌리와 친해지는 시간 / 강 기슭은 하얀 날개를 덮어 하늘이 되었다 / 빌딩의 숲이 답답하다던 너의 푸념 / 정글의 숲으로 이어지는 아! 자유 / 강은 적막으로 오는 소리 없는 징후 별들의 눈물을 보았다 / 수면을 닿을 듯 날아 노을로 가는 / 밤볕이 들고, 별빛이 흘러 / 새들의 잠자리가 되는 맹그로브 숲 /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쉼은 숨으로 쉴 수 없기에 / 바다를 만나는 강의 끝에서 부르는 너의 이름 / 물이 찰랑거릴 때 숨은 다시 멈추고 / 소리 없이 찿아드는 적멸의 소리 / 알지 못하는 것들의 희미함에 옆에 있어도 / 그리운 맹그로브 숲의 고요 노을이 한꺼번에 지면 안되는 거야 / 밤이 한꺼번에 찿아오면 안되는 거야 / 가난한 사람들의 우산처럼 / 자유의 한계와 너라는 통증을 견디고 있는 중 / 나는 닫혀 있고 너는 열려 있다면 / 나는 열려 있고 너는 닫혀 있다면 / 나즈막한 사람들의 착한 숨소리 / 반 나절은 네게 기대고, 반 나절은 내게로 기우는, / 그리하여 쉬지 않고 그리워할 수 있으니 신호철신호철 풍경 맹그로브 뿌리 조류학자 식물학자 엔진 소리